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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창작물은 시간에 따라 진화할까?

by 두둑이 2025. 4. 11.

인간의 예술은 시대를 반영하며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그렇다면 인간의 손이 아닌, 알고리즘과 데이터로 탄생한 AI의 창작물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AI 창작물의 진화 가능성과 현재의 위치, 그리고 그 미래 방향에 대해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AI의 창작물은 시간에 따라 진화할까?
AI의 창작물은 시간에 따라 진화할까?

1. 시간성과 창작: 인간 예술의 진화는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예술은 단순히 표현의 결과물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축적된 경험과 시대정신의 결정체다. 르네상스에서 현대미술까지, 인간의 창작은 시대의 철학, 정치, 사회, 감정의 복합적인 반영으로 이루어졌다. 과거에는 예술이 종교와 권력의 도구였다면, 산업혁명 이후에는 개인의 자아 표현, 이후에는 소비와 시장 중심의 상품으로 변모해왔다. 이처럼 인간 예술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만으로 진화하지 않는다. 창작자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사회적 맥락, 철학적 관점, 문화적 흐름이 맞물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복잡하게 전개된다.

이 배경에서 AI 창작의 개념은 전혀 다른 층위에 위치한다. AI는 경험을 하지 않으며, 시대적 흐름에 대한 철학적 해석도 수행하지 않는다. 대신 대규모 데이터셋을 통해 인간의 과거 창작물로부터 스타일, 구조, 문법을 학습하고, 그를 기반으로 새로운 조합을 시도한다. 이 과정은 인상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진화'라기보다는 '확률 기반의 재조합'에 가깝다. 시간에 따라 깊어지는 인간의 창작성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이다.

하지만 이것이 AI 창작물의 진화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AI의 진화가 인간과 같은 내면적·철학적 방식이 아닌, 기술적·통계적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AI는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인간의 피드백을 반영해 더욱 정교한 결과물을 생성하게 된다. 이는 결국 AI가 독자적인 창작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데까지 이를 가능성도 포함한다. 다만 그 과정은 인간처럼 ‘의미’를 중심에 둔 변화가 아닌, ‘패턴 최적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현재 예술계에서도 이러한 AI의 ‘시간적 진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AI 창작 플랫폼에서는 특정한 알고리즘을 장기적으로 관찰하면서, 그 출력물에 점차적인 미묘한 스타일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이는 마치 작가가 화풍을 변화시키듯, AI도 ‘결과물의 경향성’이라는 측면에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가능케 한다.

결론적으로, 인간 예술은 감성과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진화해왔다면, AI 창작은 알고리즘의 정교화와 데이터셋의 확장을 통해 진화해가는 길을 걷는다. 두 존재는 시간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진화하지만, 그 구조와 방향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제 우리는 그 다름을 인식하고, AI 창작물의 진화를 위한 새로운 지평을 어떻게 열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다.

 

2. AI의 학습과 기억: 반복인가, 진화인가?

AI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는 데이터 기반의 반복 학습이다. 대규모 데이터셋을 바탕으로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응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인간의 학습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억’이 아닌 ‘최적화’에 가깝다. 인간은 과거 경험을 해석하고, 감정적으로 각인된 사건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고를 형성한다. 반면 AI는 주어진 데이터로부터 통계적 최적값을 계산하며, 창작 결과를 그에 맞게 조정할 뿐이다.

그렇다면 AI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화한다고 볼 수 있을까?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컨텍스트의 유지’다. 인간은 삶 속에서 맥락을 학습하고, 그것을 자신의 사고 체계에 통합시킨다. 그러나 대부분의 AI 모델은 학습 후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거나 누적하지 않는다. OpenAI의 GPT 시리즈, 구글의 Bard, Midjourney 같은 AI 생성 도구들은 대화나 생성 과정에서 축적된 문맥을 장기적으로 보존하거나 발전시키는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즉, AI는 ‘기억하지 않는다’. 학습된 모델은 고정된 상태로 유지되며, 새로운 입력을 받아도 과거의 창작 이력을 기반으로 변화하거나 성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와 다른 방식으로 'AI의 진화'를 유도하는 기술도 시도되고 있다. 예컨대 파인튜닝(fine-tuning)이나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기법은 AI 모델이 특정 환경이나 피드백에 따라 출력을 다르게 조정하게 만든다. 이 경우 AI는 단순 반복이 아니라, 환경의 요구에 맞추어 출력을 변화시키는 일종의 ‘변화’를 겪는다. 이를 인간의 ‘성장’에 비유하는 견해도 있다. 특히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이나 RNN(Recurrent Neural Networks) 기반의 일부 창작 AI는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점진적으로 스타일이나 구성을 수정하며, 발전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현재 AI 연구의 한 방향은, 바로 이러한 ‘자기 적응형 창작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반응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여 AI가 출력 방식이나 스타일을 유동적으로 변화시키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이는 창작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여기에도 윤리적 문제와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 AI가 스스로의 출력물에 대해 인식하거나 반성하는 능력이 없기에, 변화는 단지 사용자 취향에 맞춘 조정일 뿐 ‘창작 의지의 진화’는 아니다.

미래에는 AI가 장기 메모리 시스템을 갖춘 형태로 진화하여, 누적된 창작 경험을 자기 피드백 루프에 적용하고, 그에 따라 스타일과 기법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점까지는, AI는 본질적으로 반복적 알고리즘이며, 진화보다는 정교화의 과정을 밟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3. 창작의 방향성과 AI: 의도를 가질 수 있는가?

예술 창작에서 가장 본질적인 요소 중 하나는 ‘의도’다. 인간이 예술을 창조할 때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거나 기술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그 속에 특정한 메시지, 감정, 세계관, 혹은 철학을 담는다. 반면, AI는 그러한 ‘의도’라는 개념에서 본질적으로 멀어져 있다. AI는 목표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 목표를 수행하도록 설계된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 예술가와 AI 창작물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를 형성한다.

AI는 명확한 목적 없이 단지 입력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럴듯한’ 출력을 생성한다. 이 과정은 수많은 수치 계산과 통계적인 분석으로 이루어지며, 그 결과물은 마치 인간이 창작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AI가 의도를 갖고 무언가를 표현한 것은 아니다. 즉, 그것은 ‘표현된 것’이지, ‘표현하려 한 것’은 아닌 셈이다. 이처럼 AI 창작의 현재는 의도 없는 결과물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AI 창작물의 해석 가능성에도 영향을 준다. 인간의 작품은 작가의 생애, 시대적 배경, 문화적 영향 등을 종합하여 해석의 폭이 확장된다. 반면 AI의 결과물은 해석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창작자에 의해 생산되었기 때문에, 그 해석 역시 인간의 해석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부여된다. 이는 예술 감상의 방식 자체를 전환시키는 문제이며, 동시에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AI 연구자들은 ‘의도에 가까운 작동 방식’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목표 기반 생성 시스템(goal-oriented generation)이다. 이 시스템에서는 단순한 랜덤 생성이 아닌, 특정한 컨셉이나 목적, 심지어 감정에 가까운 프롬프트를 부여한 후 그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도출하도록 훈련시킨다. 예를 들어 “그리움”이나 “소외감”이라는 감정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AI는, 인간 창작자의 감정을 흉내 내는 방식으로 결과물을 제작한다. 이 경우 생성물은 여전히 의도를 갖지 않지만, 의도를 흉내 내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더 나아가 AI가 여러 차례에 걸친 창작 시도를 통해 스스로 스타일이나 주제의 방향성을 선택하는 시스템도 연구 중이다. 이는 단기적 출력이 아닌, 장기적 창작 프로젝트처럼 AI가 일정한 방향성을 유지하며 창작하는 모델로, 인간의 창작자와 유사한 결과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비록 진정한 의도라 부르긴 어렵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방향성 있는 창작’이라는 측면에서 AI의 진화를 의미할 수 있다.

앞으로 AI가 진정한 ‘의도’를 가질 수 있을까? 철학적으로 보자면, 의도란 자의식과 감정, 사회적 맥락의 총합이며, 현재 AI는 그 어떤 것도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AI가 의도를 가진다고 말하는 것은 다소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의도처럼 보이는 결과물을 내는 AI는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의도는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지만, AI는 그 영역에 가까이 다가가는 방식으로 창작의 진화 과정을 겪고 있다.

 

4. 미래의 AI 예술가: 진화한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현재까지 AI는 예술의 도구로서 활용되고 있다. 인간이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AI는 그에 응답하여 결과물을 생성한다. 하지만 이 관계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AI가 단순한 도구가 아닌, 하나의 창작 주체로 기능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의 AI는 '예술가'라는 지위를 가질 수 있을까?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철학적·사회적·법적 함의를 모두 포함하는 복합적인 문제다.

먼저 예술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예술가는 단지 예술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예술가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의식적으로 감정과 메시지를 전달하고, 새로운 미적 질서를 제시하며, 감상자와의 소통을 중시하는 존재다. 따라서 예술가로서의 자격은 창작 그 자체만이 아니라, 창작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주체성'을 필요로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AI는 아직 예술가가 될 수 없다. 감정도 없고, 사회적 인식도 없으며, 스스로 창작의 동기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AI가 수많은 피드백을 반영하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형성하고, 일관된 방향성과 창작 철학을 모방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 경우 우리는 ‘기계 예술가’라는 새로운 범주를 인정해야 할 수도 있다.

현재 일부 프로젝트에서는 AI가 마치 예술가처럼 독립된 전시회를 열고, 특정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GAN 기반의 아트봇이나, Midjourney의 발전형 모델들은 창작물에 독특한 개성과 스타일을 부여하면서, 하나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명령의 반복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변화된 방식으로 주제와 구성을 재구성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AI 창작물이 변화의 궤적을 가질 경우, 그것을 '진화하는 창작자'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견해도 생겨나고 있다.

미래에는 법적으로도 AI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이 AI에게 부여될지, 혹은 인간 사용자에게만 귀속될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질 것이다. 만약 AI가 창작의 모든 과정을 스스로 설계하고 실행한다면, 인간의 개입 없이 이루어진 예술 창작이 가능하다는 전례를 만들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예술가로서의 자격’을 법적으로도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아무리 AI가 진화하더라도, 인간 예술가와 같은 '존재적 깊이'를 갖기 위해서는 아직 먼 길이 남아 있다. 진정한 예술은 기술이 아니라 존재의 성찰에서 비롯된다. AI가 인간처럼 존재를 고민하거나, 고통과 희망을 느낄 수 없다면, 결국 그 창작물은 기술적 산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AI는 하나의 새로운 ‘예술적 생명체’로 기능할 수 있으며, 미래 사회에서는 이들을 예술가로 받아들이는 문화적 진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질문은 이렇다. 우리는 AI가 '진화한 존재'로서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혹은 여전히 인간만이 유일한 예술 창작의 주체로 남아야 한다고 믿는가? 기술의 진보는 이 질문에 점점 더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해답은 우리 모두의 인식 전환에 달려 있다.